1월의 아티스트 전자양

트랙제로

1월의 아티스트 전자양

2026.01.01
Special

1월의 아티스트 전자양

숨은 명곡, 세상은 모른다. 트랙제로는 안다.

멜론이 작정하고 만든 숨은 명곡 발굴 프로젝트. 멜론 트랙제로 2.0

트랙제로는 숨겨진 명곡과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매주 전문위원들이 엄선한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리스너들에게는 숨은 보석 같은 음악을 선물하고, 뮤지션들에게는 다시 날개를 달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입니다.

Story

1월의 아티스트 전자양

전자양의 3집 앨범은 제목은 [던전]이었다. 제목 그대로 상상력이 여기저기로 뻗어 나가는 명작이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나 발표한 4집 제목은 [합주와 생활]이다. '던전'과 '합주', 그리고 '생활' 사이의 괴리에는 밴드가 그동안 지나온 시간과 그 시간 동안 해온 고민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청춘과 낭만이 끝난 밴드는 무엇입니까?'라는 밴드의 질문은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일상처럼, 출근하듯 모여서 합주를 하고 녹음을 해왔다. 비록 생물학적으로 청춘이 끝났을진 몰라도 그렇게 만든 음악에는 여전한 전자양만의 낭만이, 전자양만의 매력이 가득했다. 각자의 업무 때문에 '일요일 오전'에 모여서 합주를 끝낸 일상의 밴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A

  • 이번에 발표한 4집 [합주와 생활]이 정규로는 8년 만의 새 앨범입니다. 오랜만에 나온 건데, 어떤 기분일지 궁금해요.

    이종범: 별 감정은 없습니다.(웃음) 그냥 빨리 끝내고 싶었어요. 특별히 소회가 있거나 하지는 않고, 또 저도 그렇고 멤버들도 다 나온 게 끝이 아니라는 걸 아니까 그냥 무던하게 가는 것 같아요.

    류지: 활동을 쉬거나 그런 게 아니고 공연을 계속해왔었기 때문에 공백이 있었다거나 하는 느낌은 전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유정목: 정규 작업은 진짜 빡세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9와 숫자들도 정규 앨범 낸 지가 꽤 돼서.

Q&A

  • 이렇게 앨범 작업 기간이 길어지면 지치거나 하지는 않아요?

    이종범: 사실 초반에는 저만 진행하다가 이제 쌓였어, 이제 가자, 하면서 작업에 들어가거든요. 그렇게 안 하면 그냥 밴드 활동만 하게 되는데, 공연 계속하면서 앨범의 반 정도는 곡을 만들어 놓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약간은 막연하게 이제 해야지, 언젠가 시작해야지, 생각을 하고 있고, 정목이가 너무 우리가 뭘 내는 게 없으니까 '해피밀'을 싱글로 먼저 내자고 해서 좀 더 정리해서 내자, 이런 의견 조율 같은 걸 하기는 했었죠.

    유정목: 지친다기보다는 '뭔가 내긴 해야 하겠다'라는 생각을 계속했어요. 너무 길어지고 신곡이라고 공연은 하는데 그걸 몇 년 동안 붙잡고 있으니까. 공연 세트리스트의 반은 다 새로운 노래인데 그거를 몇 년 동안 계속 붙잡고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뭐든 들려줘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으로 '싱글이라도 계속 내는 게 좋겠다'라고 얘기를 한 거죠. 그런데 종범이 형은 어차피 음원으로는 사람들이 안 듣는다, 공연 때 하는 게 좋다,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이종범: 이랬다 저랬다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정도 곡이 쌓였을 때는 이제 앨범으로 가야겠다 생각이 들어가지고, 그것도 뭐 중간에 하여튼 얘기가 엄청 많았어요. 선공개를 좀 일찍 하자, 이런 사람도 있었고, 그런데 이제 저는 딱 앨범으로 들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결국에 앨범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경주'와 '해피밀'이 선공개가 된 건데 이런 플랜 같은 거는 보통은 제가 결정을 하는 대로 친구들이 들어주는 편이에요. 2024년 말쯤에 데모도 쌓이고 해서 이제 작업 들어가자 했던 것 같아요.

Q&A

  • 저는 '경주' 선공개할 때 보도자료에 함께 써놓았던 '청춘과 낭만이 끝난 밴드는 무엇입니까?' 질문이 너무 인상적이었거든요.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이종범: 그 생각은 계속 있었어요. 그러니까 '밴드 붐'에 대한 얘기. '밴드 붐'이 왔다고 하는데, 밴드 붐이 왔을 때나 안 왔을 때나 저희는 항상 비슷하거든요. 공연하면 100명 내외 정도, 좀 작게 공연하면 50명 그 사이에서 크게 흥하지도 않고 내려가지도 않고 항상 그 정도였거든요. 그러니까 저도 인디 음악 생활을 오래 했지만 붐이나 침체나 이런 거랑 전혀 상관이 없었던 거예요. 그게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붐이라는데 우리랑은 상관없네 하면서 약간 심술도 나고 그런 생각을 하다가 그 말이 떠올랐던 거예요. 요즘 미디어나 이런 곳에서 밴드를 다루는 방식이 딱 10대 말이나 20대 초반 밴드 위주고, 그게 제일 재미있고 마케팅 포인트라는 건 알지만, 그것만은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저는 좀 더 다른 걸 얘기하고 싶었고 앨범도 밴드 활동을 하면서 생활을 유지하는 그 고됨 같은 게 담겨 있는 앨범이어서 그런 글을 쓰게 된 거예요.

Q&A

  • 이제 청춘이 지나갔다고 생각하세요?

    이종범: 지나가고 그런 걸 떠나서 이제 청춘의 정서가 없는 거예요. 진짜 막 하고 싶은 게 있고 에너지가 넘치고 서로 막 싸우다가도 또 금방 화해하고, 또 같이 어디도 가고 싶고, 젊었을 때 청춘으로 다뤄지는 그런 감정 같은 것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정말 생활이 되는 거예요. 멤버들이 이제는 가족 같아요.

    유정목: 저는 청춘이란 것 자체가 없었던 것 같아요. 아직 안 왔을 수도 있고.(웃음)

    이종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프렌지 활동하고 이럴 때 우리 모습을 다시 보면 청춘이네, 이런 생각할 걸. 술 마시고 막,막,막,(웃음)

    유정목: 그러니까 그렇게 막 그냥 개판 치면서 사는 게 청춘은 아닌 것 같거든요. 그냥 시간 많고 체력적으로 좀 왕성했던 거지, 청춘이 주는 어떤 그런 예쁜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거는 저는 없었던 것 같아요.

    이종범: 아니야, 청춘은 둘 다 있는 거야. 미디어에서 개판을 다루느냐, 아니면 예쁜 걸 다루느냐, 이건데 보통 믹스가 돼가지고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거지. 그 시절을 다루는 콘텐츠가 이제 보통 끝까지 가거나 아니면 진짜 좋은 것만 보여줘서 그러는 거지.

    유정목: 청춘이 '푸를 청(靑)' 아니야? 개판에 푸른 이미지는 없어.(웃음) 청춘, 낭만, 이거 얘기할 때 찾아봤었어요. 사전적 의미의 청춘을 나이로 구분해서 아예 못 박아 놓았는데, 그러니까 사전적 의미로 저희의 청춘은 이미 끝난 거긴 해요. 그리고 그게 있는 것 같아요. 아직 벽에 막혀보지 않았을 때의 패기. 젊을 때는 이렇게 막 하면 될 것 같고 그랬는데 점점 어떤 벽에 제지를 당하고 막혀보면서 힘이 빠지는 것 같아요. 이렇게 해봤자 어차피 끝까지 못 가는 거를 알고 있고 먼저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이제 청춘에서 멀어진 사람들이 아닐까 싶어요.

    이종범: 류지 브로콜리 너마저 초창기 때 얘기 들으면 그게 청춘 그 자체예요.

    류지: 그때는 진짜 좀 그랬죠. 요즘은 안 간 지 오래됐지만 저도 페스티벌 좋아해서 그때는 3일 다 있다 오고 전날에 가서 캠핑한다고 텐트 치고, 아침에 일어나서 스틱 들고 수돗물로 머리 감고. 브로콜리 너마저로 페스티벌 무대에 서기 전에는 돈이 없어서 딱 하루만 캠핑하고, 친구가 남들이 남긴 맥주 가져와서 마시고 그랬어요.(좌중 웃음)

    전솔기: 저는 마음은 청춘인데 몸이 청춘이 아니어서 결국 몸에 지배당해 버렸어요. 그래서 청춘으로 못 살아요. 마음은 계속 뛰놀고 싶어요.

Q&A

  • 아까 정목 님이 벽에 부딪친다는 얘기를 했잖아요. 사실 정목 님과 류지 님이 하고 있는 9와 숫자들이나 브로콜리 너마저는 그래도 한국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가진 밴드잖아요. 그럼에도 현실에 많이 부딪치는 편인가요?

    유정목: 9와 숫자들 얘기를 하자면, 음악적인 것보다는 외적인 부분에서 많이 부딪혔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약간 욕심이 진짜 많았을 때, [유예]랑 [수렴과 발산] 나올 때는 진짜 좀 인풋이 되게 많았거든요. 그거를 더 이용해서 싹 퍼뜨렸어야 되는데 그거를 할 수 없었던 거죠. 저희 힘만으로는 어렵고 그때 좀 계획적이고 전략적인 게 들어갔으면, 그리고 저희도 더 열심히 했으면 더 달라졌을 수 있는데 그때 뜻대로 안 되는 걸 느끼면서 남 탓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음악은 좋은데 이게 왜 안 되지? 이거는 그러면 우리의 문제가 아니다.' 그때는 진짜 막 그런 생각을 잠깐 했었어요. 멤버들의 문제였을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저의 문제였을 수도 있는데 그러다 보니까 결국은 그 벽이 정확히 무슨 벽인지는 모르지만 벽을 느낀 거예요.

Q&A

  • 청춘 얘기를 잠깐 했는데 그럼 [합주와 생활]이라는 앨범 제목도 그 연잔성에서 지은 거잖아요. 그런데 또 이게 지난 앨범 제목인 [던전]과는 괴리가 크거든요. 이건 자연스러운 세월의 흐름이나 시간의 변화로 보면 될까요? 아니면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가요?

    이종범: 몇 가지가 있는데 일단 한 가지는 멤버들이 얘기를 해 주는 게 너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거였어요. 또 이걸 듣고 사람들이 공감을 할 수 있으면 공연 때 훨씬 반응도 좋다는 걸 인식하게 됐어요. 그 전에는 공연을 되게 뜨문뜨문 했었는데 이제 정기적으로 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때 표정이나 리액션 같은 반응이 보이면서 그런 것들이 이제 직관적으로 바로바로 오는 거예요. '이럴 때 사람들이 이런 말 하면 좋아하는구나' 이런 것들을 꾸준히 느끼게 된 거죠. 그리고 힙합이나 R&B 쪽에, 프랭크 오션도 그렇고 자기 얘기를 진솔하게 하는 걸 듣고 사람들이 공감하는 걸 보면서 그런 대중음악의 흐름에서 나도 내 얘기를 좀 해야겠다고 생각을 한 거예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영화감독 중에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이 있거든요. 그 감독이 이제 말년 때 되면 현실 얘기를 다뤄요. 예전에는 막 이상한 생체 비디오 게임에 들어가서 파리가 사람 되는 이런 영화를 찍다가 나중에는 이제 현실 얘기를 하는데 그 현실 내용을 엄청 초현실적으로 연출해요. 그걸 보면서 진짜 사는 얘기를 해도 예전에 쓰던 가사처럼 그런 환상적인 얘기를 못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연스럽게 그런 것들이 모였고, 일단 제일 큰 거는 같이 하는 사람들이 생기니까 우리 얘기를 좀 더 하게 되고 화자도 예전에는 무조건 '나' 이런 거였는데 이제 '우리'가 되니까 달라진 거죠.

Q&A

  • 결국엔 멤버들의 의견이나 조언을 받아들인 거잖아요. 만약 [숲](2007)을 낼 때의 이종범이었다면 받아들였을까요?

    이종범: 그때는 일단 조언을 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그 이유 중에 제일 큰 게 '얘는 어차피 말 안 해도 안 들어' 이런 게 좀 있었어요. 당시 속해있던 문라이즈 레코드의 대표였던 (김)민규 형도 저한테는 '너는 네가 알아서 하는 사람이지 내가 뭐라고 한다고 듣는 사람 아니야' 그런 식으로 얘기하기도 했었고요.

    유정목: 지금은 바뀐 것 같으면서도 비슷한 것도 같고. 의견을 안 들을 것 같으면 아예 얘기를 안 해요.(웃음) 어디까지를 듣고, 어디까지는 안 들을 걸 이제는 좀 알게 된 거죠. 그러니까 '이거는 어차피 안 될 것 같다' 하는 거는 굳이 얘기 안 꺼내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꿔야 될 것 같은 거는 그냥 강하게 얘기하는 거예요. 형은 혼자서 생각이 진짜 많은 사람이어서 뭔가 이야기를 꺼냈을 때는 그전에 이미 다 시뮬레이션이 돌려져 있어요. 예를 들어 형이 '여기 커피 맛있더라' 얘기를 꺼내면 거기에 '난 거기 별로던데' 이럴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 이야기를 꺼낼 때 이미 거기가 왜 맛있고, 다른 데보다 왜 맛있고, 너희들한테 왜 얘기를 하는지 이 과정이 정리가 돼있어요. 어떤 얘기든지 자기가 얘기했던 것에서 벗어난 쪽에 대한 의견이 있으면 안 받아들여요. 이미 심사숙고가 돼있는 거야. 거기에 대해서 다른 의견을 낼 때 '나도 이만큼까지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얘기를 하는 거다'라고 얘기를 하면 그 뒤에 생각을 해보는 거 같아요. 그렇게 나중에 바뀌는 경우도 있고요.

Q&A

  • 저는 '합주' 가사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면서 가사를 썼구나, 뭉클한 부분도 있었거든요. 그 반복적인 행위를 정말 멋있게 표현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멤버 분들에게 합주는 어떤 의미인가요? 이런 걸 얘기하면 전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라고 했던 김연아 선수 말이 떠오르거든요. 그런 연장선에 가깝나요?

    전솔기: 저는 그냥 '늘 바빠 왜 늘 바빠' 가사에 찔리기만 해가지고.(좌중 웃음) 그게 너무 세게 왔어요.

    류지: 저도 그냥 하는 것 같아요. 밴드 두 개를 하다 보니까 합주가 많은 편인데, 그냥 출근하는 것처럼 그냥 하는 거예요. 제가 말로는 설명을 잘 못하겠는데 '합주' 가사가 되게 철학적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운전할 때 별 생각 없이 노래를 틀어 놓고 노래를 막 신나게 따라 불렀어요. 노래가 신나잖아요. 막 따라 부르다가 어느 부분에서 갑자기 막 목이 메면서 울었어요.(웃음) '난 여행이 싫은데도 너를 그냥 따라갈래' 이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유정목: 왜 그러냐면 '우리 이번에 여행 갈까?' 그러면 일단 형은 싫다고 그러거든요. 아까 얘기한 것처럼 '여행 가봤자' 이러면서 자신의 주장을 얘기하는데, 이제 여행을 따라가겠다고 하는 거잖아요. 가사를 저렇게 쓴 거고, 실제로 이제는 싫은데 하는 걸 많이 봐서 더 공감이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이제 앨범 제목을 [합주와 생활]로 지을 때 좀 이상할 것 같다고 되게 많이 얘기했었거든요. 합주라는 것 자체가 너무 한정돼있고 보편적인 단어가 아니에요. '합주? 합주가 뭐야?' 그냥 거의 이렇거든요. [던전] 냈을 때도 '던전이 뭐냐?'는 얘기가 되게 많았어요. 저는 공감을 더 많이 얻으면 좋으니까 보편적인 것들을 계속 제시했어요. 그런데 '합주' 가사를 보고나서 [합주와 생활]로 제목을 정해도 되겠구나 생각을 했어요. 완전히 우리 합주할 때 얘기거든요. '늘 바빠 왜 늘 바빠'는 실제로 했던 얘기고,(웃음) 여행 얘기도 그렇고 실제 우리 얘기를 담았는데, 여기에서 음악 대신에 조별과제를 넣어도 똑같은 얘기가 되는 거예요. 어떤 회사의 프로젝트로 가도 똑같은 얘기고, 사람이 모여 있으면 공동체에서는 무조건 해당하는 일이라서 이런 식으로 공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종범: 같은 일을 장시간 반복하는 사람이 문득 느끼는 게 있어요. 예를 들면 학선 님도 글을 계속 쓰고, 저도 이렇게 계속 곡을 쓰는 거잖아요. 맨날 그냥 같은 글 쓰는 것 같은데 보면 나도 모르게 바뀌어 있죠. 10년 전의 나랑은 분명 바뀌어 있어요. 같은 일을 반복해도 계속 우리는 변해가고 있는데 그거를 모르는 거죠. 그걸 줄여서 가사를 쓴 거예요.

    전솔기: 전 조금 다르게 받아들였는데 우리가 같은 곡을 듣고 다 다른 생각을 하고 모여서 합주를 한다는 그 마음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보면 이 세 사람이랑 되게 성향이 다른 것 같아요. 저는 '드라이브'에서도 진짜 밝은 기분으로, 설레는 마음으로 연주했거든요.

    유정목: 솔기가 초반 데모에 계속 꽂혀 있어 가지고, 지금 우리는 다 중간에 마이너로 코드도 바꾸고 여긴 터널이고 잠깐 우울해지는 부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나중에 솔기 혼자 녹음 가서는 '여기 원래 신나는 부분 아니었어요?' 이러면서 연주한 거예요.(웃음)

    전솔기: 저는 그냥 신나는 기분으로 했어요. '나 드라이브 간다.' 하면서 그 바다 보는 장면에서도 절벽에 서서 나만 행복한 것 같은 그런 기분이 있었는데, 그렇게 다 다르지만 그게 합쳐지는 점에서 되게 재미있었어요.

Q&A

  • 10년 전 전자양 인터뷰를 찾아보니까 류지 님이 '화려한 플레이를 하면서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어서 좋다'라고 이야기를 했더라고요. 브로콜리 너마저랑은 또 다른 즐거움을 갖고 계신 거죠?

    류지: 저는 원래 강한 음악을 좋아하고 로킹한 음악을 좋아하는데 어쩌다보니까 브로콜리 너마저를 하게 된 거죠. 저는 드럼을 메탈 선생님한테 배워서 원래 되게 세게 치는데 브로콜리에서는 자꾸 자꾸 살살 치라고 하고 억압 때리는 거예요.(웃음) 세게 치고 싶은데 어딜 가나 다 좀 살살 치라고 하니까 그 억압돼 있던 게 전자양에 오고 [소음의 왕](2015) 작업할 때 할 수 있는 거를 전부 다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거죠.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을 때까지 하고 싶은 대로 했어요(웃음).

    이종범: 저랑 정목이가 녹음도 같이 하고 내린 결론이 '악기는 일단 크게 치면 소리가 좋다'는 거였어요(웃음). 특히 드럼은 둘 다 거기에 대한 확신이 있어가지고 '혹시 더 세게 칠 수 있어?' 이렇게 계속 요구를 하는 거죠.(웃음)

Q&A

  • 그럼 다른 두 분은 전자양 활동으로 얻는 가장 큰 즐거움은 뭐가 있을까요?

    유정목: 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진짜 음악적으로 하고 싶은 건 다 해볼 수 있는 것. 9와 숫자들에서 아무리 로킹한 거를 한다고 해도 그건 잠깐잠깐의 요소들이고, 9숫도 결국 노래를 해치지 않는 선이라는 그 벽이 또 있어요. 전자양에서는 그런 제약이 사실 없죠. 만약에 형이랑 둘이서 막 미친 듯이 뭔가를 하다가 노래를 안 들리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으면 그냥 노래를 뺄 수 있는 그런 부분들이 있거든요. 처음에 같이 할 때부터 그런 제약이 없는 게 제일 좋았던 것 같긴 해요. 그러다 보니까 더 많은 거를 만들게 되고 공부하게 돼요. 연주도 내가 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야지 새로운 걸 계속 할 수 있거든요. 지금 거의 20년 가까이 만나고 있는데 그때랑 지금이랑 제가 할 수 있는 게 똑같으면 결국은 다 똑같은 것들만 나오게 되잖아요. 안 하던 걸 계속하려고 하는 그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전솔기: 저는 주로 세션을 먼저 해가지고 어느 정도 주어진 제안 같은 거를 받아들여서 거기에 제 거를 조금 넣는 그 정도 방향으로 연주를 해왔어요. 그게 저한테는 당연하니까 처음에 그렇게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여기서 조금 더 막 해도 되겠는데? 여기서는 안전한 거 말고 안 안전한 거 해도 되겠는데?' 이런 생각이 들면서 막 하기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그런 게 어렵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그래요. 전자양 하면서 좀 더 새로운 거를 할 수 있게 됐고, 기존의 것을 깨볼 수 있게 되기도 한 것 같아요.

Q&A

  • 이렇게 멤버들이 '막' 하는 것에 대해서 제약을 두거나 하는 편은 아니에요?

    이종범: 이번 앨범 작업하면서는 좀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뭔가 표현하고 싶은 그런 감성 같은 게 있어가지고 그런 데서 좀 많이 부딪혔어요. 연주 같은 건 전 이 세 명이 다른 팀에서 연주하는 거 보면 너무 아깝거든요. 얘들이 갖고 있는 것들이 있는데 그거를 못 쓰고 있는 거예요. 류지는 제가 느끼기엔 진짜 록 드러머 치고도 엄청 그루리한 드러머고, 필인 같은 거 여러 가지 쳐봐 이러면 진짜 계속 나오거든요. 플레이도 진짜 정확한 좋은 드러머인데 그런 거를 이렇게 쓰지 못하는 게 아까워요. 당연히 음악이 달라서 그런 거지만. 솔기도 보면 라인 같은 거 진짜 그루비하게 잘 듣고, 정목이도 이 곡에서 편곡할 수 있는 거 해 봐, 이러면 멜로디 같은 게 진짜 다양하게 나와요. 거기서 제가 할 일은 이거 별로, 이거 좋네, 이 정도거든요.(웃음) 이러면 또 이제 빡쳐가지고 또 해요.(좌중 웃음) 그러니까 그런 개개인들의 능력을 보면서 저는 결국에는 다 끄집어 쓰고 싶은 거죠. 창작자 입장에서 다시 해봐, 여기는 이렇게 고쳐봐, 해도 그게 되니까 어쩔 때는 좀 가혹하다 할 정도로 '다시, 다시' 이렇게 하거든요. 그게 안 되면 '여기까지인가 보다.' 이러고 넘어갈 텐데 그게 되니까 계속 다시 가보자고 하는 거죠.

Q&A

  • 이번 앨범에서 '경주'도 그렇고 '합주', '빌 머레이' 이렇게 질주하는 연주의 즐거움이 있는데 라이브에서 끓어오르는 에너지가 상상이 되거든요. 그런 부분도 어느 정도 염두에 두세요? 그리고 [던전]이랑 비교하면 편곡 스타일도 좀 변한 것 같은데 이런 건 의도적인 건지, 자연스러운 변화인지도 궁금해요.

    유정목: 아무래도 공연을 생각하죠. 템포 같은 거나 곡 빠르기나 이런 거 정할 때 합주하면서 실제로 이렇게 뛰어보기도 하거든요. 사람들이 공연장이나 페스티벌에서 뛸 수 있는 템포인지를 확인해보는 거예요. 했는데 아니다 싶으면 더 빨리 올리는 거죠.(웃음)

    이종범: 공연이 제일 큰 것 같아요. 절반까지는 안 되지만 상당수는 이미 공연 때 했던 곡들이어서 라이브에 맞춰져 있는 편곡이거든요. '해피밀'처럼 공연 때 분위기에 맞춰서 필요해서 넣은 것들, 인트로나 아웃트로의 플레이 같은 것들, 공연장에서 더 신나게 놀려고 했던 것들, '생수' 뒤에 합창 같이 나오는 그런 것들도 관객과 함께 하려고 했던 부분이었어요.

    유정목: 그래서 소스가 별로 없어요. [던전]이나 [소음의 왕] 같은 건 4명이서 못하는 소스가 되게 많아요. 기타 치고 있을 때 여기에 뭐가 나오고 기타 멜로디도 막 두세 개가 한 번에 나오고 그랬는데 지금은 음향적인 요소들로 추가된 것들은 있지만 들으면 딱 4인조의 느낌이거든요. 리드 기타, 세컨드 기타, 베이스 등도 딱 이런 느낌이 돼 있는 게 제 생각에는 전자양의 이전 앨범과 제일 다른 지점이에요. 전에는 이상한 것들을 엄청 많이 넣고 진짜 요소가 엄청 많잖아요. 리듬도 그랬는데 이제는 드럼도 그냥 딱 드럼 세트 하나로 계속 밀고 나가고. 그게 형이 공연을 염두에 둔다는 것과 같은 얘기예요.

    이종범: 일부러 배제한 것도 있어요. 샘플링이나 효과를 넣는 건 배제하고 최대한 밴드 사운드에 맞게 갔어요.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예전에 다 넣어봤는데 별 효과가 없다, 할 만큼 해봤는데 그렇게 효과적이진 않다, 이런 것도 있어요. 이제는 필요한 것만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Q&A

  • 이상한 질문일 수 있는데 '빌 머레이' 같은 곡은 어떻게 만드세요?(웃음)

    이종범: 거의 제일 마지막에 쓴 게 '빌 머레이'인 것 같아요. 페스티벌 나갈 때 할 노래가 없는 거예요. 페스티벌 나가면 분위기 띄우고 사람들 열광하는 그런 센 게 하나 있었으면 좋겠는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딱 전형적인 기타 리프가 나오고, 중간에 약간 브레이크 돼서 박수 치면서 분위기 끌어올리는 형식으로 틀을 짜놓고 가사는 2집 때 하던 식으로 그냥 막 생각나는 대로 썼어요. '옆집 드러머의 팔엔 기관총이 달리고 있어'란 가사가 있는데, 류지가 드럼 치는 모습을 보면서 가사를 뒤늦게 붙인 거예요.

Q&A

  • 전자양과 9와 숫자들의 메인 작곡가가 가사나 작곡 스타일이 다르잖아요. 정목 님 입장에선 어떠세요?

    유정목: 비슷해요. 곡 작업 자체는 비슷한 것 같아요. 노랫말에서 주는 감성의 차이지 곡이 진행되는 거나 이거는 사실 비슷하긴 하거든요. 어차피 코드랑 멜로디 있는 거고, 거기에 칠 수 있는 거는 한정적이고, 이 노래는 좀 록으로 가자, 그 정도 차이인 거죠. 9와 숫자들 다음 작업이 '완전 막 음악 하자' 그래가지고 기타 리프 같은 게 비슷하게 나올 수도 있는데, 이제 그거를 얼마나 좀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부르고 이해 못 할 가사를 쓰느냐, 거기에서도 뭔가 사람들이 딱 느꼈을 때 좀 더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가사를 쓰느냐의 차이지 작업 과정은 비슷한 것 같아요. 그런데 연주자들이 다르니까 이제 합쳐졌을 때 에너지랑 느낌이 다르게 나오는 건 있죠.

    이종범: 최근에 믹스를 계속 같이 하면서 정목이는 계속 목소리를 낮추자고 하고, 나는 더 낮추면 답답하니까 이 정도는 해야 한다고 얘기를 하거든요. 그러면 정목이가 어차피 들려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데 낮춰도 된다고 얘기해요.(좌중 웃음) 그러면서 9숫은 보컬이 중요하기 때문에 목소리가 잘 들려야 한다는 거예요.(웃음) 정목이가 그런 부분에서 갈증이 있었던 거예요. 9숫에선 보컬이 메인으로 있고 악기가 좀 빠져 있으니까, 전자양에선 악기들이 메인으로 와서 밴드 사운드를 내고 싶은 거죠.

Q&A

  • 이렇게 서로 다른 부분이 있는데, 전 그게 궁금했거든요. 멤버 변동 없이 이렇게 쭉 10년 함께 할 수 있는 원동력이나 비결이 있다면 그게 무엇일까요?

    유정목: 다른 데서 다 겪어봐서 그런 거 아닐까요?(웃음) 예전에 [던전]내고 얘기한 적이 있어요. 그때 형이 전자양으로 생활을 영위하기는 힘들 것 같으니까 선택을 하자고 얘기했어요. 예를 들면 '트로트라도 나가든지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자'와 '아니면 돈은 안 되지만 그걸 내려두고 그냥 재미있고 좋아하는 걸 즐겁게 하자'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서 그때는 후자를 택했어요. 다들 그냥 재밌게 하자, 그걸로 접근을 해서 왔다가 지금은 또 좀 뒤섞인 것 같긴 한데 그런 과정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좀 내려놓고 부담 없이 하자고 했는데 정규 앨범을 준비하다 보니까 부담이 계속 생기고 할 일이 많아지더라고요.

    이종범: 정목이가 좋게 기억을 해주는 건데, 제가 그때 얘기했던 뉘앙스는 '이걸로 돈을 벌지 못하는 건 확정이 됐어'였어요. 활동을 할 만큼 했고, 그래도 성과가 안 나오니까 재미로 하든지 하지 말든지, 이거였거든요. 재미로 하든지 그만하든지, 너희들이 하자고 하면 나는 하겠다, 이런 말이었는데 다 한다고 해가지고 지금까지 하게 된 거예요.(웃음) 단순하게 시급으로 따졌을 때도 이건 마이너스니까 사실은 할 필요가 없는 작업이거든요. 이렇게 고생하면서 할 일이 아니고 지금도 저도 그냥 계속 생각해보거든요. 이걸 왜 계속하고 있나. 그런데 딱히 깨질 계기도 없었어요. 이번 작업이 좀 뭔가 위태위태하긴 했거든요. 그러니까 저도 애들한테 재미로 하자고 하고 이렇게 진짜 공도 많이 들이지 말자고 했는데 제 성격이 막상 하려면 또 다 해야 되는 사람이라 이번 작업하면서 애들한테 '해봐, 해줘봐' 이랬거든요. 그래도 이번 고비는 잘 넘겨서 다시 재미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유정목: 류지랑 따로 얘기한 것 중에 그게 있어요. '돈 벌 거였으면 전자양 안 했지.'(웃음) 그냥 그거랑 별개로 항상 주기적으로 드는 생각인 것 같아요. '음악 왜 하지?', '전자양 왜 하지?', '9숫 왜 하지?' 그러니까 '음악을 왜 하지?'로 따지면 재밌어서, 기타를 치는 것도 재밌어서인데 그걸 취미라고 하기엔 저희는 또 취미 밴드가 아니니까 말이 안 되는 것 같고, 그러면서 '왜 하지?' 이 생각이 계속 드는 거죠. 이거는 저뿐만이 아니라 각자 다 다를 것 같아요. 류지가 브로콜리를 하는 이유와 전자양을 하는 이유도 다를 것 같고, 솔기도 다 다를 것 같은데 그게 어쩔 때는 재미있어서 한 걸 수도 있고 재미가 없어진 와중에 계속 버티고 있다면 계속 해 나가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 같거든요. 그게 궁금하기도 하고 아직 모르겠어요. 왜 하는지.

    이종범: 그것도 꽤 큰 것 같아요. 이제 시간이 오래되니까 딱히 관둘 이유도 없는 거예요.(웃음) 그냥 다른 거 하면서도 일단은 유지도 되고, 다른 걸로 바쁘거나 이럴 때 전자양 두 달 쉰다고 해도 '안 돼 그럼 나가' 이러지도 않거든요. 그러니까 해야 될 이유도 없지만 뭐 딱히 관둘 이유도 없고 하니까 가는 게 아닐까 하는 거죠.

Q&A

  • 라이브 공연에서 얻는 기운도 이유가 될까요? 저는 전자양 공연 볼 때마다 팬들과 함께 만들어내는 그 에너지와 열기에 놀라거든요.

    유정목: 저한테 있어서 앨범 작업이랑 음원 내는 거는 진짜 팬 분들 때문에 내는 게 되게 커요. 공연을 계속 와서 들어주는데 계속 같은 노래만 들려주면 안 될 것 같은 이유도 있고, 이 고생을 해서 녹음하고 그 결과물이 딱 나오면 정작 우리들은 안 듣거든요. 다른 팀들도 다 자기 앨범 많이 안 들으니까 이 과정의 재미는 없는 것 같아요.(웃음) 녹음은 힘들어요. 뭐 굉장한 지원을 받아서 미국 가서 녹음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면 재밌겠죠. 그게 아니라 하던 대로 하면 너무나 기술적인 일들이니까 되게 재미없는데, 그럼에도 왜 앨범 내냐고 하면 이걸 들어주시는 분들 때문에 내는 거예요. 활동도 마찬가지고, 공연도 마찬가지예요.

Q&A

  • 저는 [던전] 앨범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제 주변에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얘기를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컬트적인 지지를 받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더 많이 알려졌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결과적으론 언급이 많이 안 됐죠. 그런 부분에 대한 아쉬움 같은 건 없으세요?

    이종범: 저도 예전에는 평론가들의 글이나 그런 평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했었는데 결국에는 대중이 많이 듣는 음악이 좋은 거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선택을 못 받았으면 그만큼 덜 좋은 음악이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 음반도 결국에는 1집이 더 좋았나 보다, 이렇게 생각하고, 더 좋은 곡을 만들려고 하지만 결과로 봤을 때는 그냥 많은 사람들이 듣는 음악이 좋은 건가 보다, 생각하는 거죠. 그러니까 기술적으로 잘했고 못했고를 떠나서 뭔가가 들어 있는 것 같거든요. 그 히트한 노래의 시대정신이라든가 하여튼 뭔가 있어요. 믹스하고 이럴 때도 항상 느끼는 건데 진짜 잘 되고 좋은 곡은 믹스를 어떻게 했었든지 그게 장점이 되거든요. 예를 들어서 다프트 펑크의 'One More Time' 같은 건 진짜 다이내믹 레인지도 좁고 모노에다가 음향적으로 별 게 없어 보이지만 그게 진짜 좋은 음악이 돼버리니까 어렸을 때 듣던 카스테레오 라디오의 로우파이한 옛 향수를 자극하는 게 돼버리는 거죠. 좋은 곡들은 뭔가 그런 마법 같은 걸 갖고 있고, 그렇게 선택을 받지 못한 거는 그만큼 덜 좋은 게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 욕망은 계속 있는 거죠. '더 좋은 곡을 쓰고 싶다.' 약간 신내림 받듯이 어떤 사람은 맨날 같은 멜로디를 쓰는데도 진짜 멜로디가 다 좋은 경우가 있잖아요. 포스트 말론 같은 경우도 그렇고, (유정목: '장범준, 장범준') 장범준 씨 같은 경우도 대중한테 닿을 수 있는 뭔가를 갖고 있는 거겠죠. 그게 기독교에서 말하는 달란트나 이런 것처럼 주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어요.

Q&A

  • 그럼 전자양은 대중적인, 아니면 그래도 대중적인 부분이 있는 밴드라고 생각하세요? 이른바 '캐치한 멜로디'라고 하는 것들이 귀에 쏙쏙 들어오잖아요. 그런데 또 이런 부분도 일반적인 대중과는 다른 건가요?

    이종범: 그래도 이번 앨범은 조금은 가까이 간 것 같아요.

    유정목: 이번에 저도 조금 자신이 있었는데 최근에 마스터 나온 거를 주위 지인한테 들려줬거든요. 그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했는데 잠깐 멈칫하는 거예요. '(전)자양 씨 목소리가 일반 사람들이 들을 때 대중적이진 않잖아요.'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형의 목소리와 창법 자체에서 장벽이 생긴다는 생각은 안 해봤는데 일단 거기에서 못 가나 봐요.

Q&A

  • 이번 앨범이 조금은 더 대중적으로 갔다고 얘기하는 건 어느 정도 의도된 측면이 있는 거죠?

    이종범: 의도적으로 많이 했어요. 가사도 이제 진솔한 얘기를 하는 거고 노래도 '훅'이라는 부분을 쓰려고 노력했거든요. 예를 들면 '경주'도 뒤에 '너와 내가 있는 한' 이 부분이 없었거든요. 들어보고 꽂히는 부분이 없으면 의도해서 만들었어요. 이렇게 의도해서 만들었으니까 더 가까이 갔다고 생각은 하는데 그게 결과로 올지는 모르겠어요. 그리고 결국에 제가 쓰고 싶은 곡은 그런 것 같아요. 다프트 펑크의 'One More Time' 같은 왜 좋은지 모르겠는 곡, 사운드가 단점도 장점이 되는 그런 곡을 쓰고 싶어요. 만약에 저한테서 그런 곡이 나왔으면 제 보컬이 유니크하다 이렇게 될 거거든요. 그게 되게 한 끗 차이인 거예요. 그러니까 좋으면 모든 단점이 장점이 될 수 있어요.

Q&A

  • 마지막으로 앨범에서 각자 좋아하는 곡 한 곡씩 말씀해주세요.

    전솔기: 매번 왔다 갔다 하는데 '은행강도'랑 '드라이브'요. '드라이브'는 이상하게 계속 흥얼거리게 돼요. 어제도 모니터하면서 빨리 다른 걸 들어야 되는데 이거 한 번 더 들어보고 싶다고 해가지고 한 네다섯 번 들었어요. 제가 좀 꽂히면 계속 연속으로 들거든요. '은행강도'는 그 노래에 대해 설명해 준 적이 있는데 그 얘기가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그때 와 닿았던 그 순간이 저한테 지금 되게 세게 남아 있거든요. 그 기분이 계속 남아있어서 좋아요. 그 가사가 좋아서 그 노래 연주할 때 제일 집중해서 연주하려고 해요.

    류지: 저는 '티셔츠'를 가장 좋아해요. 그냥 너무 귀엽고 기분 좋고, 저도 티셔츠 좋아해서 공감도 되고, 사랑스러워요.

    유정목: 저는 믹스하면서 계속 바뀌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합주'가 제일 좋았어요. 곡에서 느껴지는 에너지나 가사나 이런 게 다 좋았는데 녹음할 때는 그 느낌도 안 나고 별로인 거예요. 그래서 바닥으로 갔다가 또 믹스하다 보니까 처음 그 느낌이 올라와서 다시 좋아졌어요. '티셔츠'도 처음엔 되게 별로였는데 지금은 또 되게 좋아졌거든요. 앨범으로 한 번 쫙 들어봐야 할 것 같아요.

    이종범: 저는 지금 이걸 1년 내내 해가지고 이게 음악으로 안 들리고 소리로만 들려서 판단이 안 돼요. 지금 하면서도 이게 좋은 음악인지 전혀 파악이 안 되고, 올해는 그냥 이렇게 기술적으로만 가는 상태인 거예요.

(인터뷰/정리: 김학선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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