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첫 번째 레슨, 유영진 커리어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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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첫 번째 레슨, 유영진 커리어 살펴보기

9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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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부터 aespa까지, 유영진의 궤적

유노윤호 (U-KNOW)의 'Thank U'가 역주행의 물결을 타고 있습니다. 발단은 스트리머 '룩삼'이 자신의 K팝 뮤직비디오 월드컵 콘텐츠에서 'Thank U'를 다룬 것이 시작이었는데요. 곡의 첫 구절 '이건 첫 번째 레슨, 좋은 건 너만 알기'와 같은 독특한 가사가 인생의 교훈 같다는 반응을 얻으면서 삽시간에 화제를 낳았지요. 더군다나 이 곡의 작사를 당시 SM 프로듀서로 활약하던 유영진이 맡았음이 알려지면서 그를 향한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작곡가로 널리 알려진 그이지만, 유영진의 시작은 가수였습니다. 특히나 호소력 짙은 음색으로 당시 흑인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는데요. 곡 중에서도 '그대의 향기'가 대표곡으로 꼽힙니다.

그러나 그는 세 장의 앨범을 끝으로 SM 전속 작곡가로서 커리어를 전환합니다. 1세대 아이돌 H.O.T의 1집에 수록된 '전사의 후예 (폭력시대)'가 바로 유영진이 SM 프로듀서로서 첫선을 보인 작품이었지요. 웅장하고 어두운 비트 위에 당시 사회적으로 대두됐던 학교 폭력을 비판하는 가사를 녹여내면서 상당한 화제를 모았는데요. 이후 SM에서 선보이는 이런 풍의 음악을 아울러 'SMP' (SM Music Performance)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SMP'가 SM 아티스트의 고유한 정체성으로 자리한 것은 2000년대를 기점으로 활동한 SM 아티스트들이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면서부터였습니다. 이 중에서도 동방신기 (TVXQ!)는 정규 1집 [Tri-Angle]에서부터 정통 SMP를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삼았지요. 이후 'Rising Sun (순수)', 'O -正.反.合.(정반합)' 유영진의 터치가 들어간 음악으로 마니아 팬덤을 형성했고, 작사/편곡에 참여한 '주문-MIROTIC'이 2008년 한 해를 평정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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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에도 SUPER JUNIOR (슈퍼주니어)의 '돈 돈! (Don't Don)', '쏘리 쏘리 (Sorry, Sorry)', SHINee (샤이니)의 'Ring Ding Dong', 'Lucifer' 등 SMP의 계보를 잇는 곡들은 대부분 유영진의 손을 거쳤습니다. 여성 아티스트의 음악도 그의 손길이 닿았는데요. 보아 (BoA)의 'Girls On Top', 소녀시대 (GIRLS' GENERATION) 'I Got A Boy'까지 모두 유영진의 작품으로, 전부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곡들이라는 점에서 그의 상당한 커버리지를 체감할 수 있지요. 이처럼 유영진은 '익숙하지만 새로운' 음악을 끝도 없이 써내면서 명성을 떨쳤는데요. 때문에 그의 이름이 국내 음악사에서 주요하게 다뤄진 것도 바로 이 시기부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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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K팝을 인식하던 시점부터는 해외 작곡가들의 이름이 SM 아티스트의 크레딧에 오르는 걸 종종 볼 수 있었는데요. 그러나 2012년, 이전 선배들의 계보를 잇는 음악을 재현하며 데뷔한 팀이 있었으니, 바로 EXO였습니다. 이들의 데뷔곡 'MAMA'는 '우주에서 온 초능력자'라는 세계관과 합치하는 웅장한 스케일을 자랑하며, 디지털 사회 속 현대인의 결핍을 그리는 내용으로 이목을 끌었지요.

EXO 이후로 데뷔한 NCT 역시 유영진의 음악과 깊이 연관된 팀인데요. 진보적인 음악으로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 팀인 만큼 유영진의 터치가 들어간 트랙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NCT 127의 'Sticker'는 완연한 유영진 스타일을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고요.

aespa의 초기 세계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도 바로 유영진의 음악이었습니다. 걸그룹으로는 드물게 SMP 스타일을 온몸으로 흡수한 팀인데요. SM 3.0 체제가 도입되기 전 aespa가 '광야의 전사들'이라는 세계관을 내세우던 시기, 이들의 데뷔곡 'Black Mamba'부터 시작해 세계관의 시즌 1을 마무리한 'Girls'까지 유영진의 손을 거쳤습니다. 다른 아티스트들과의 차별화된 음악 덕에 aespa는 대중에게 자신들의 세계관을 설득시키는 데 성공할 수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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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유영진이 정통 SMP 스타일만 고수한 작곡가였느냐고 물으신다면 전혀 아닙니다. 자신의 뿌리와도 같은 R&B도 꾸준히 다뤄온 그인데요. SM의 첫 걸그룹인 S.E.S의 대표곡 'I'm Your Girl', 이후 Red Velvet (레드벨벳)이 리메이크한 'Be Natural', R&B 듀오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Sea Of Love', 도경수(D.O)와 함께한 'Tell Me (What Is Love)'까지. 강렬한 퍼포먼스로 주목받은 SM 아티스트들의 숨은 매력을 보여주는 데 있어 일조한 인물 역시 유영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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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실감하셨겠지만, 프로듀서 유영진의 발자취는 SM 아티스트의 계보와 궤를 함께합니다. 본문에서는 다 다루지 못한 작곡가 유영진의 음악들, 하단의 플레이리스트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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