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음악은 영원히 울려 퍼진다. Sakamoto Ryui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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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음악은 영원히 울려 퍼진다. Sakamoto Ryuichi

2025.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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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kamoto Ryuichi의 작고, 그 후

Sakamoto Ryuichi가 투병 끝에 눈을 감은 지도 어언 2년이 지났습니다. 당시 자국인 일본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는데요. 시간이 꽤 흘렀지만, 아직까지도 그가 남긴 유산들은 문화예술 전반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오늘 매거진에서는 Sakamoto Ryuichi의 2주기를 맞아 사후에도 이어지는 그의 행보를 정리하고자 하는데요. 이 글을 읽기에 앞서, 이전 Sakamoto Ryuichi의 일생을 다룬 매거진을 먼저 읽고 오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그가 눈을 감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들려온 소식은 바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의 개봉이었습니다. Sakamoto Ryuichi가 마지막으로 참여한 영화로도 알려졌지요. 데뷔 후 줄곧 일본의 마이너리티 계층을 포착해 온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일본이 자랑하는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 그리고 Sakamoto Ryuichi가 합심한 작품으로, 제79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습니다.

제작 당시 Sakamoto Ryuichi가 투병 중이었던 까닭에 그는 '괴물'을 위해 두 개의 곡만 제작하고, 그 외 영화에 필요한 음악들은 그의 과거 곡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영화의 엔딩에 'Aqua'가 삽입되면서 관람객들 사이에서 큰 호평을 받았는데요. 실제로 'Aqua'는 Sakamoto Ryuichi가 딸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만든 곡으로, 고레에다 감독이 곡의 의미를 이어 영화 속 두 아이를 축복하기 위해 삽입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예술·독립 영화임에도 괄목할 만한 성적을 쓴 '괴물'은 국내에서도 크게 사랑을 받은 끝에 지난 11월 극장에서 재개봉되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2023년 12월에는 Sakamoto Ryuichi의 마지막 피아노 솔로 콘서트 실황을 담은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가 개봉되었습니다. 투병 중이었던 Sakamoto Ryuichi가 세상과 작별을 고하는 마음으로 개최했던 공연을 그의 아들인 감독 네오 소라가 연출한 영상 작품인데요. Sakamoto Ryuichi가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기고자 고른 스무 곡을 연주한 광경을 담았습니다. 마치 피아노와 일체된 듯 흑백으로 처리한 화면에 최소한의 세팅만으로 녹화했기에 그의 연주를 더욱 몰입하여 감상할 수 있는데요. 현재 멜론에서도 당시의 현장감을 담은 라이브 앨범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곡리스트 3

Sakamoto Ryuichi가 2022년부터 2023년 2월까지 일본의 문예지에 연재했던 칼럼과 그가 눈을 감기 직전까지 쓴 일기를 엮은 도서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도 출판되었지요. 그가 시한부 판정을 받고 체감한 시간의 유한함과 오랜 시간 몸담아온 예술과 환경 운동에 대해 사유한 작품인데요. 외에도 방탄소년단 슈가, 새소년, 백남준, 이우환 등 국내 아티스트와 조우한 일화까지도 담겨있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Sakamoto Ryuichi는 생전 한국 뮤지션들과 뜻깊은 만남을 이어왔습니다. 특히 그가 작고한 이후 발매된 방탄소년단 슈가의 솔로 앨범 [D-DAY]의 9번 트랙, 'Snooze'에 참여한 사실이 전해져 큰 화제를 낳기도 했지요. 이어 K팝 걸그룹 IVE (아이브)와 EDM 신을 대표하는 프로듀서 David Guetta는 'Merry Christmas Mr. Lawrence'의 메인 멜로디를 샘플링한 [Supernova Love]를 발매, 고인이 된 Sakamoto Ryuichi에게 존경을 표했습니다.

곡리스트 2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Sakamoto Ryuichi를 대표하는 곡 'Merry Christmas Mr. Lawrence'가 삽입된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는 지난 11월 무려 41년 만에 국내에서 재개봉을 했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 영화는 한국에서 일본 문화를 개방하기 전에 개봉된 작품이기에 사실상 첫 정식 개봉이라도 봐도 무방한데요. Sakamoto Ryuichi는 이 영화에서 음악 감독 외에도 배우로도 출연하면서 처음으로 스크린 데뷔를 했습니다. 글램록의 선구자 David Bowie 또한 이 영화에 출연해 얼굴을 비췄고요. '전장의 크리스마스'는 이제는 별이 된 두 음악 거장의 스크린 데뷔작이라는 의미를 가진 것 외에도, 전시 중에서도 피어나는 사랑과 인류애를 담아내면서 현재까지도 전설적인 명작으로 칭송받고 있습니다.

도쿄현대미술관에서는 3월 30일까지 Sakamoto Ryuichi의 예술적 업적을 기리는 전시 'Seeing Sound, Hearing Time' (소리를 보다, 시간을 듣다)이 진행됩니다. 세계적인 뮤지션이자 동시에 전위적인 예술가였던 그가 동료 아티스트와 함께한 작업들로 채운 회고전인데요. 가공을 거치지 않은 자연의 소리와 시간의 흐름을 미학적으로 담은 작품들로,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의 경계를 확장했던 그의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Sakamoto Ryuichi의 팬뿐만 아니라 미술 애호가의 이목까지 끌었던 이 전시회는 예약 티켓이 전부 매진되는 등 현지에서 뜨거운 인기를 낳았습니다.

이미지 출처 | LIVET 공식 X

그리고 Sakamoto Ryuichi의 생애 마지막 오케스트라 공연인 'Playing the Orchestra 2014'의 실황 영화가 오는 4월 9일 개봉합니다. 'Playing the Orchestra 2014'는 Sakamoto Ryuichi가 도쿄 메트로폴리탄 오케스트라와 진행한 협연 콘서트로, 그가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고 전곡을 지휘했는데요. Sakamoto Ryuichi 전성기의 시작점에 있던 YMO 시절 곡부터, 앞서 언급한 'Merry Christmas Mr. Lawrence'까지 그의 커리어를 총망라한 곡들을 만나볼 수 있을 전망입니다.

그가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두 해나 지났지만 이처럼 세계는 아직도 그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흐름은 언제까지고 계속되겠지요. 국내외적으로 안타까운 소식이 끊이지 않는 오늘날, Sakamoto Ryuichi의 음악이 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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