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그 눈을 뜰 시간, 뮤지컬 '웃는 남자'
다시 돌아온, 영원히 웃을 수 밖에 없는 남자의 이야기

한국 대표 창작 뮤지컬, '웃는 남자'의 네 번째 막이 올랐습니다. 빅토르 위고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웃는 남자'는 사회의 불평등을 꼬집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스토리로 '어른의 동화'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지난 세 번의 공연 동안 탄탄한 서사와 황홀한 무대 연출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 성화에 힘입어 더 새로워진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잔혹하고 불평등한 세상 속에서도 웃을 수밖에 없는 한 남자, 그윈플렌을 만나러 17세기 영국으로 같이 떠나보실까요?
그 눈을 떠, 그리고 봐! '웃는 남자'의 3 POINT

17세기 영국, 아이들을 납치해 팔아넘기던 인신매매단 콤프라치코스. 그들은 한 소년을 버리고 도망치다 바다에게 삼켜집니다. 버려진 소년은 콤프라치코스에 의해 입이 찢어진 주인공, 그윈플렌입니다. 그의 기형적인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조롱과 관심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그는 유럽 전역에서 가장 유명한 광대, 웃는 남자가 되었죠.

귀족을 향한 일침도 서슴지 않았던 그윈플렌. 그러나 조시아나 여공작의 유혹을 받고 난 뒤, 그의 마음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고문소로 잡혀간 그윈플렌은 자신의 엄청난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는데요. 과연 웃는 남자, 그윈플렌의 삶을 바꿔놓을 그 비밀은 무엇일까요?
어두운 작중 분위기 속에서도 사랑은 피어납니다. 사랑의 여러 모습을 보여주는 그윈플렌과 데아, 우르수스. 이들의 사랑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요?

눈보라가 치던 어느 날 밤, 우르수스는 추위에 떨고 있는 두 아이를 발견하고 마차 안으로 데려옵니다. 그는 찢어진 그윈플렌의 입과 앞이 보이지 않는 데아의 눈을 봤음에도 기꺼이 둘과 함께 살기로 결정합니다.
인간을 혐오하는 염세주의자였던 우르수스는 데아가 아프면 자장가를 부르며 재워주었고,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그윈플렌을 걱정했습니다. 아닌 척하지만 다정하고 항상 아이들을 위해 생각하는 우르수스. 그는 두 아이에게 진정한 아버지가 되어주었습니다.

눈보라 속에서 헤매던 어린 그윈플렌은 죽은 엄마의 젖을 물고 있던 아이를 구하고 데아라는 이름을 지어줍니다. 우르수스의 보살핌으로 잘 자란 두 아이는 서로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가 되었는데요.
그윈플렌은 앞이 보이지 않는 데아의 눈이 되어줍니다. 그녀에게 구름은 솜털과 같고 노을은 홍차처럼 따뜻하다고 말해주죠. 그럼 데아는 그렇게 설명하는 그윈플렌 입가의 미소를 아름답다고 다독여줍니다. 결국 둘은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게 됩니다.

귀족들은 가든 파티에서 웃음꽃을 피우는 동안, 가난한 자들은 눈보라 속에서 생명을 잃어갑니다. 극심한 빈부격차는 극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드러나지요. 주인공 그윈플렌은 가난한 이들의 고통을 대변하며, 귀족 사회의 위선과 냉혹함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극이 전환점을 맞이하면서 그윈플렌은 귀족과 가난한 자 사이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상원 의원 의회에 참가한 그는 화려한 귀족 문화의 이면과 인간의 존엄성을 조명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합니다.
슬픔, 사랑, 그 사이엔 웃음과 감동이

'일단 와'는 약장수였던 우르수스가 그윈플렌과 데아를 만나고 세운 극단의 공연이 펼쳐지는 넘버로, 눈과 귀가 모두 즐거운 가장 신나는 넘버입니다. 웃는 남자 유랑극단의 신나는 음악, 화려한 안무와 묘기들을 감상하다 보면 실제로 17세기 영국에서 극단의 공연을 관람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일단 와 돈만 내고 일단 와 봐
만족이 보장된 쇼 웃는 남자
신나는 음악에 몸을 맡기다 보면 극을 관통하는 무거운 스토리에서 잠시 벗어나 그윈플렌과 데아의 아름다운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실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서로의 눈과 별이 되어주었던 그윈플렌과 데아. 둘은 점점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워가는데요. '넌 내 삶의 전부'는 고난과 시련 끝에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는 넘버로, 두 인물의 아름다운 듀엣이 돋보이는 넘버입니다.
'데아. 이런 내가 너한테 어울릴까? 난 흉측하잖아.'
'흉측하다니, 그건 나쁜 걸 뜻하잖아. 넌 좋은 사람이야.'
'난 괴물일 뿐이야.'
'그윈플렌, 난 네 진짜 모습을 알아. 난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야.
내 마음도 너와 같아. 사랑해.'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진 그윈플렌과 데아의 사랑. 과연 두 사람의 사랑은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까요?

'그 눈을 떠'는 '웃는 남자'에서 가장 유명한 넘버 중 하나로, 극에서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윈플렌은 상원 의원 회의에서 굶주리고 있는 사람들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배만 불리기에 바쁜 귀족들에게 일침을 날립니다.
참된 자유만
오직 정의만
살아 숨 쉬게
거짓을 꿰뚫어 봐
이제는 그 눈을 떠 봐
비록 그윈플렌의 노래는 귀족들의 야유와 함께 끝나지만, 그는 극이 끝나고 나서 우리의 마음속에 질문을 남깁니다. '당신들은 진정 눈을 뜨고 있나요? 혹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지는 않은가요?'
하나의 공간, 그 이상의 무대
뮤지컬 '웃는 남자'는 2018년 초연부터 시작하여 이번 2025년 사연까지 매 공연마다 관객들로부터 꾸준히 호평을 얻고 있는 작품입니다. 특히 17세기 영국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무대와 이를 더 돋보이게 하는 미디어 아트 등 다채로운 연출에서 뮤지컬의 정수를 느낄 수 있지요.

한정된 무대 안에서도 장면마다의 특색을 살려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웃는 남자'. 상상 이상의 스케일을 가진 무대를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극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부터 관객들이 마주하는 것은 바로 무대의 가림막입니다. 마치 그윈플렌의 찢어진 입을 형상화하고 있는 듯한 이 가림막. 뮤지컬 '웃는 남자'는 이 막 자체를 무대로 활용해, 관객들에게 그윈플렌의 아픈 상처를 들려줍니다.

재밌게도 이 웃는 것처럼 보이는 형상은 가림막뿐 아니라 공연 내내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시아나 공작의 의자, 상원 의원회 등 무대 곳곳에 숨어있는 그윈플렌의 상처 가득한 미소는 관객들에게 조용하지만 선명히 각인되고 있습니다.
데아가 데이빗에 의해 상처 입을 뻔한 뒤 데아와 유랑극단 사람들은 강가에서 데아를 다독입니다. 널려 있는 빨래, 강물처럼 찰랑이는 천, 달빛이 가득한 강가를 보여주는 미디어 아트. 이 세 가지 조화가 관객들로 하여금 함께 강가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이 장면에는 재밌는 연출 요소가 하나 더 숨어져 있는데요, 바로 '물'입니다. 강에서 물장구를 치고 노는 극단을 표현하기 위해 무대에 물을 활용한 것이죠. 덕분에 단원들이 발을 차는 안무를 할 때마다 물이 함께 튀면서 더 실감 나는 장면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외에도 콤프라치코스의 배가 침몰한 거센 바다, 와펜 테이크가 데리고 간 눈물의 감옥, 다양한 특수효과로 만든 몽환적인 은하까지! 무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지루할 틈이 없었답니다.
멜론 서포터즈가 말한다! 저희 '웃는 남자'는요…!
인영 SAYS : '웃는 남자'는 몰입감이 뛰어난 뮤지컬이에요. 그윈플렌이라는 인물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를 지켜보며 함께 안타까워하고 기뻐할 수 있었습니다. 연기를 잘하고, 넘버가 좋은 것을 떠나서(못 떠남, 너무 좋음) 공연이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다양한 생각들로 깊이 고민하게 만드는 예술 작품이었습니다. 저는 이미 한 번 더 보려고 예매 완료했습니다ㅎㅎ
혜린 SAYS : '웃는 남자'는 가난한 이들의 상처를 세심하게 다루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보이는 빈부격차는 관객들로 하여금 탄식을 나오게 하죠. 그럼에도 가난한 자들은 부자들과 달리 타인에게 자신의 상처에 대해 드러내고 서로 위로받아요. 그게 가장 잘 보이는 넘버가 바로 '눈물은 강물에'였다고 생각해요. 이 쉽지 않은 삶을 버텨내기 위해 전하는 위로. 아마 그 순간 극을 보고 있는 여러분들 역시 위로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처럼요!
연우 SAYS : '웃는 남자'는 막을 기준으로 이야기가 전환되는 스토리인 만큼 *리프레이즈가 돋보이는 뮤지컬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1막에서 들었던 넘버가 2막에서는 어떤 식으로 편곡되었는지를 중점으로 극을 보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1막에서 그윈플렌이 우르수스와 대립할 때 자신도 행복할 권리가 있음을 주장하며 부르는 '행복할 권리'와 2막에서 죄가 드러나 모든 것을 잃게 된 데이빗이 부르는 '행복할 권리 리프레이즈'를 비교하며 들으면 둘의 엇갈린 운명과 대립을 더 잘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웃는 남자'는 러닝타임 내내 극을 보고 있는 우리에게 질문합니다 '정녕 괴물 같은 것은 무엇인가, 진정한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자신의 감정과는 상관없이 미소 지으며 살아가야 하는 그윈플렌. 그는 빈과 부의 격차를 여실히 느껴본 자의 입장 속에서 이 질문의 답을 명확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평생 웃을 수밖에 없던 남자, 그윈플렌과 함께 '웃는 남자'가 던지는 질문의 답을 찾으러 떠나보는 것은 어떠신가요?
사진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